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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하는 일 - 류시화 -
봄이 하는 일
부드럽게 하고, 틈새로 내밀고, 물방울 모으고
서리 묻은 이마 녹이고
움츠렸던 근육 멀리까지 뻗고
단단한 겉껍질 부수고
아직은 약한 햇빛 뼛속으로 끌어들이고
늦눈 대비해 촉의 대담함 자제시키고
어린 꽃마다 술 달린 얼굴 가리개 걸어 주고
북두칠성의 국자 기울여 비를 내리고
울대 약한 새들 노래 연습시키고
발목 접질린 철새 엉덩이 때려 떠나게 하고
소리 없이 내린 눈 물소리로 흐르게 하고
낮의 길이 최대한 늘리고
속수무책으로 올라오는 꽃대 길이 계산하고
숨겨 둔 물감 전부 꺼내 오고
자신 없어 하는 봉오리들 얼굴 쳐들게 하고
곤충의 겹눈에서 비늘 벗기고
꽃잠 깨워 온몸으로 춤출 준비하고
존재할 충분한 이유 찾아내고
가진 것 남김없이 사용하고
작년과 다른 방향으로 촉수 나아가게 하고
주머니에서 ' 파손 주의' 꼬리표 붙은 희망 꺼내고
자잘한 상처들 위로 빛 쓸어내리고
처음 온 곳인데 돌아왔다는 느낌 들게 하고
봄이 되려면 당신도 이만큼 바빠야 한다
당신은 세상이 꽃을 피우는
가장 최신의 방식이므로
* Gheorghe Zamfir - Mattin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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