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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봄이 하는 일

로잔나 2025. 3. 28. 07:34

 

 

 

봄이 하는 일       - 류시화 -

 

 

 

 

 

 

 

봄이 하는 일

 

 

부드럽게 하고, 틈새로 내밀고, 물방울 모으고

서리 묻은 이마 녹이고

움츠렸던 근육 멀리까지 뻗고

단단한 겉껍질 부수고

아직은 약한 햇빛 뼛속으로 끌어들이고

늦눈 대비해 촉의 대담함 자제시키고

어린 꽃마다 술 달린 얼굴 가리개 걸어 주고

북두칠성의 국자 기울여 비를 내리고

울대 약한 새들 노래 연습시키고

발목 접질린 철새 엉덩이 때려 떠나게 하고

소리 없이 내린 눈 물소리로 흐르게 하고

낮의 길이 최대한  늘리고

속수무책으로 올라오는 꽃대 길이 계산하고

숨겨 둔 물감 전부 꺼내 오고

자신 없어 하는 봉오리들 얼굴 쳐들게 하고

곤충의 겹눈에서 비늘 벗기고

꽃잠 깨워 온몸으로 춤출 준비하고

존재할 충분한 이유 찾아내고

가진 것 남김없이 사용하고

작년과 다른 방향으로 촉수 나아가게 하고

주머니에서 ' 파손 주의' 꼬리표 붙은 희망 꺼내고

자잘한 상처들 위로 빛 쓸어내리고

처음 온 곳인데 돌아왔다는 느낌 들게 하고

봄이 되려면 당신도 이만큼 바빠야 한다

당신은 세상이 꽃을 피우는

가장 최신의 방식이므로

 

 

* Gheorghe Zamfir - Mattin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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