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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
[오순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기다.
아기의 눈,
아기의 코,
아기의 입,
아기의 귀,
그리고
아기의 손가락
아기의 발가락,
아기는
이따가 필 꽃이다.
아기의 '아름다움'에 말문 막힌 시인
* 오순택 ( 1942년 ~) 문화예술인
정말 아름더운 것 앞에서는 말을 잃는다. 절경 (絶景) 이나 아름다운 기물 (器物), 숨이 턱 막힐듯 수려한 미인을
본 뒤 그 심미적 경험을 어떻게 말로 형용하고 문자로 쓸 수 있겠는가!
대상이 뿜어내는 눈부신 아우라는 지각은 할 수 있으되 표현은 불가능하다.
시인은 다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기다 ." 라고 겨우 쓴다.
토파즈 보석보다 더 찬란한 이 신생의 아름다움 앞에서 시인은 말문이 막힌다.
미적 감각의 근원을 자극하는 이 대상 앞에서 말문의 막힘은, 즉 말과 수사학의 고갈은 겨우 말의 더듬거림으로 이어질 뿐이다. 그 결과가 "아기의 눈./ 아기의 코./ 아기의 입./ 아기의 귀./"이다
갓 태어난 아기는 그 무엇과 견줄 수 없는 극치의 미로 빛나는 영혼의 회화다. 이미 절재미의 상태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달리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로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순간 그것은 저 멀리 달아난다. 말문이 막혀버린 시인을 이해하자.
이 시에서 독창적인 표현이라곤 마지막 연뿐이다. " 아기는/ 이따가 필 꽃이다." 이 구절이 없었다면 이 시는 시가 채
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기는 지금 _- 여기에 존재하는 현실태이자, " 이따가 필 꽃" , 즉 앞으로 - 존재할 미적 가능태이다.
오순택은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고, 1966년에 시인 전봉건이 주재하던 시 전문지 <<현대시학>>에서 추천받아 등단한
시인이다.
그가 쓴 최고로 사랑스러운 동시는 <뽀곰 열려요> 일 것이다. " 엄마가/ 아기 똥고를/ 들여다봐요.// 꼭/ 나비가 꽃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요.// 똥고가/ 뽀꼼 열려요.// 튜브에서 /치약이 나오듯/ 똥이 나와요. " (<뽀곰 열려요>)
나비가 꽃을 들여다보듯 엄마는 아기 똥꼬를 바라본다.
똥고가 열리고 똥이 나오는 그 순간에 엄마는 넋을 잃는다. 어떤 꽃이 피어나는 순간보다 더 벅찬 환희를 안기기 때문이다. 봄과 보임 사이에서 아기는 기적의 생명 - 우주이며, 저 스스로 완전한 기쁨이다.
나날이 낡아가는 이 세계는 아기들로 말미암아 신생의 기운을 얻는다.
아기야말로 우리가 만난 유일한 미적 현존이요. 세계의 신성한 무상성(無償性)이고, 덧없는 삶에 주어지는 기쁨임을 시인은 깨닫게 한다.
- 장석주 .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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