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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하나 묻고
[윤복진]
봉사 나무
씨 하나
꽃밭에 묻고,
하루 해도
다 못 가
파내 보지요,
아침 결에
묻은 걸
파내 보지요.
아이들은 '호기심 천사'
* 윤복진 1907년 ~1991년) 아동문학가
아이들은 세상 모든 것이 다 궁금하다. 아침이 되면 왜 해가 뜨는지, 또 밤이 되면 그 해가 어디로 숨는지.
아이들의 호기심은 우주의 섭리를 되묻게 만든다. 어른에게는 더 이상 질문거리도 못 되는 모든 것이 아이들에겐 여전히
의문의 대상이다.
이 시의 화자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봉사나무 (봉숭아) 씨 하나를 꽃밭에 묻었다.
씨는 아직 발아되지 않은 작은 우주다. 이 우주는 잎과 줄기, 그리고 꽃을 숨기고 있는 생명의 자궁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 조그마한 꽃씨 속에 그토록 어여쁜 꽃송이가 숨어 있을 수 있는가. 궁금한 아이는 직접 꽃씨를 심어 그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그런데 '씨 하나를 묻고' 나니 이제 호기심이 동해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아이는 씨를 묻은 지 '하루 해도 다 못 가' 그 씨를 다시 파내고야 만다.
이 '호기심 천사 - 어린이' 를 시 속으로 끌고 온 윤복진은 1907년 대구에서 태어나 일본 니혼대학과 호오세이대학에서 공부했다. 1920년대 <<어린이>> 지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오게 된 그는 윤석중, 이원수, 신고송, 서덕출, 최순애 등 같은 잡지 출신 시인들과'기쁨사'라는 동인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김수향, 혹은 김귀환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광복 직후 조선문학동맹 아동문학부 사무국장을 지내고 6.25 때 월북한 뒤에는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다.
" 먼 산에 진달래/ 울긋불긋 피었고// 보리밭 종달새/ 우지우지 노래하면// 아득한 저 산 너머/ 고향집 그리워라// 버들피리 소리 나는/ 고향집 그리워라." (<그리운 고향>)
광복 이후 미국 민요곡조에 맞추어 널리 알려지게 된 이 시는 그의 월북과 더불어 오랫동안 작사자를 모른 채 불려 왔다.
이런 일이 어디 한두 가지랴. "해 저문 바닷가에/ 물새 발자욱,// 지나가던 실바람이 / 어루만져요,// 고 발자욱 예쁘다/ 어루만져요." (<물새 발자욱>)로 시작하는 시 역시 익명의 바다로 ㄸㅓ나간 지 오래다.
다른 많은 월북시인들과 마찬가지로 윤복진이 우리 문학사에 등재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그는 동향의 작곡가 박태준이 그의 시만으로도 1939년 <<참새발자국>>이라는 동요집을 낼 정도로 일찍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늦게나마 1997년 창비 출판사에서 1949년에 나온 그의 동요집 <<꽃초롱 별초롱>>을 다시 펴냈다. 경하할 일이다.
- 신수정 .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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