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씨와 도둑 [피천득]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가진 건 꽃과 책뿐. . .도둑이 깜짝 놀랐네 * 피천득 ( 1910년 ~2007년) 작가 이 시의 화자는 도둑이다. 도둑이란 초대받지 못한 자다.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방문은 그의 몫이다. 이 시의 화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가 방문한 집에는 훔칠 게 없다. 마당엔 꽃이 만발하고 방안엔 책이 가득하다. 그리곤 그만이다 ! 어쩌겠는가. 가을에 다시 와서 꽃씨나 가져갈밖에. 이시의 저자 금아 피천득 선생은 1910년 5월에 태어나 2007년 5월에 세상을 뜨기까지 우리와 함께 했다. 이 기간에 그는 수필 의 저자로 , 또 셰익스피어 소네트 번역자로 그리고 아름다운 서정시를 생산해낸 시인으로 우..

비 오는 날 [임석재] 조록조록 조록조록 비가 내리네. 나가 놀까 말까 하늘만 보네. 쪼록쪼록 쪼록쪼록 비가 막 오네. 창수네 집 갈래도 갈 수가 없네. 주룩주룩 주룩주룩 비가 더 오네. 찾아오는 친구가 하나도 없네. 쭈룩쭈룩 쭈룩쭈룩 비가 오는데 누나 옆에 앉아서 공부나 하자. 여러가지 얼굴을 가진 비 . . .소년을 집에 가뒀네 * 임석재 ( 1903년 ~ 1998년) 민속학자 비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진 켈리가 나오는 영화 (Singin' in the Rain)을 떠올려 보라. '사랑은 비를 타고' 오고 사랑에 빠진 남자는 빗속에서 노래하고 춤을 춘다. 비가 오면 봄의 초본식물들은 키가 쑥쑥 자라고, 버섯은 자라나 포자를 퍼뜨리고, 달팽이들은 사랑을 나눈다. 태양의 업적들이 과대평가된 반면에 ..

그냥 [문삼석] 엄만 내가 왜 좋아 ? - 그냥 . . . . 넌 왜 엄마가 좋아? - 그냥 . . . . 말로 담아낼 수 없는 아이와 엄마의 사랑 * 문삼석 ( 1941년 ~ )시인 '그냥' 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혹은 '그런 모양으로 줄곧' 등이다. '그냥 내버려두다' 혹은 '그냥 기다리고만 있다'라고 할 때의 '그냥' 은 바로 이와같은 의미로 쓰인 경우다. 그런데 '그냥'은 또한 '아무런 대가나 조건 없이'란 뜻도 있다. '그냥 주는 돈이 아니다'라고 할 때의 '그냥'이 이에 속한다. 그렇다면 위 시의 '그냥'은 이 가운데 어디에 속할까? 문삼석 시인은 엄마와 아이의 사랑을 '그냥'이라는 말 속에 함축했다. 아이와 엄마는 막잠에서 깨어 서로의 몸을 간질이..

퐁당퐁당 [윤석중]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 멀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갖질어 주어라 퐁당 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퍼질 대로 퍼져라 고운 노래 한마디 들려 달라고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어 주어라 귀를 간질이는 소리 '퐁당' * 윤석중 ( 1911년 ~2003년) 아동문학가. 시인 소년은 심심하다. 같이 놀 사람이 없다. 형은 두렵고 동생은 귀찮다. 만만한 누나와 놀고 싶은데 누나는 엄마 일을 돕느라 분주하다. 냇물을 사이에 두고 남매가 앉아 있다. 소년은 괜히 장난기가 발동한다. 퐁당, 누나에게 돌을 던진다. 누나의 옷에 물이 튀었을지도 모른다. 누나는 가볍게 눈을 흘기며 하던 일을 계속한다. 퐁당퐁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