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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애송 시

파도의 방

로잔나 2024. 8. 16. 15:24

 

 

 

 

파도의 방     -  허영숙  -

 

 

 

 

 

 

​파도의 방 / 허영숙


누구의 손짓에 저 물길 열리고 닫히나


무창포에 와서 누운 밤


물때를 만난 파도가


서로의 산실로 돌아가는 소리 들린다


달의 인력에 떠밀려


만난 적 없는 듯 등돌려가는 마디마다


어떤 울음이 빼곡하기에 걸음이 저토록 질척거리는가


멀어진 틈의 간격을 메우며


비릿한 물 내를 품고 뜨는 섬


질펀한 그 곳에 물고기자리, 조개자리성좌가


여기가 다시 무덤인 줄 모르고 몸 던져온다


수면에 뜬 아사달의 무늬를 좇아


물 속으로 뛰어 든 아사녀의 그림자가


이루지 못한 것을 찾아 그믐달 속에 서성이는 밤


서로를 떠나서는 그곳이 감옥인 듯 싶었는지


이른 새벽 흰빛을 끌고 달려오는


물소리, 물소리


서로의 내밀한 몸 속으로 혀끝을 밀어 넣으면


물결 너머 또 물결이


붉은 아침을 저 먼 물금 위에 뜨겁게 띄우겠다

 

 

 

 

* 파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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