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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祖國)

 

[정완영]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애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기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구비 구비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鶴)처럼만 여위느냐.

 

 

 

 

일러스트 - 잠산

 

 

 

 *  정완영 ( 1919년 ~2016년) 시조시인

 

정완영 시인은 평생 한국의 정형시인 시조만을 위해 외길 인생을 살아왔다. 

우리는 정완영 시인을 통해 "이 당대 , 시조 분야의 숭고한 순교자적 상 (像)" (박경용)을 만난다.

시조를 말할 때 가람 이병기와 노산 (鷺山) 이은상을 먼저 말하고, 그다음에 초정 (草汀) 김상옥, 이호우를 말하고,

그뒤에 백수 (白水) 정완영을 세워 말한다.

"백랑도천 (白浪滔天)같은 분노도 산진수회처 (山盡水廻處)의석간수 같은 설움도 시조 3장에 다 담으셨다 ." (조오현)

박재삼 시인은 정완영 시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숭앙해서 "조용하게 잘 참는 것이 있다"면서 "야단스럽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성품이 그를 시조의 거목이게 했다 "고 썼다. 

이 시조는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정완영 시인의 초기 작품이다. 

조국의 슬픈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배어있다.

시 <만경평야에 와서 >에서 "애흡다 열루 (熱淚)의 땅 내 조국은 날 울리고" 라고 썼을 때처럼. 

조국을 한 채의 전통악기 가얏고 (가야금)에 빗대면서 조국에  대한 큰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옛 시조의 행 배열을 살리면서 시종 장중한 어조로 감칠맛 나는 고유어를 사용했다.

청각에 시각을 한데 버무리는 감각적 이미지의 활용은 압권이다. 

가얏고의 서러운 가락이 귀에 들리는 듯하고 백의민족 (白衣民族)의 청사(靑史)를 보는 듯하고,

한 마리 학의 고고한 성품을 가슴으로 마주하는 것 같다.

정완영 시인의 시조는 천부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수사와 우주적인 상상력을 자랑한다. 

"내가 입김을 불어 유리창을 닦아내면/ 새 한 마리 날아가며 하늘을 닦아낸다/ 내일은 목련꽃 찾아와 구름 빛도 닦으리." (<초봄>) 같은 시조를 보라. 무릎을 치며 저절로 감탄할수밖에.

이뿐만 아니라 정완영 시인은 정겨운 동시조도 많이 써왔다. <분이네 살구나무>는 대표적이다.

"동네서 젤 작은 집/분이네 오막살아/ 동네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사이 활짝 펴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

"시조는 말로만 쓰는 시가 아니라 말과 말의 행간 (行間)에 침묵을 더 많이 심어두는 시" 라고 말하는 그는 매일 간곡하게 시조를 창작한다.

원로 시조 시인의 이 창창 (滄滄)한 뜻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 문태준.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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