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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땅 빗자루
[운봉 정일영]
냅다 몽땅 빗자루로 거미줄을
털어내려다가 그만 거미줄에
맺힌 물방울처럼 멈추고 말았군요
물방울 하나하나마다
서녘 하늘이 다 담겨 있지요
가느다란 다리로
천 폭 노을을 툭툭 털어내려는
거미의 위세 경탄할만 하고 말구요
세상엔 얼마나 언뜻 보면 별것도
아닌 것들이 함부로 건들릴 수 없는
고요한 풍경을 걸러내는 것일까요
찬찬히 보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고 거룩한 별것들 천지인가요
그나저나 빨래줄과 바지랑대 사이에 친
저 거미줄과 거미를 대체 어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