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 [緖靜]- 아름다운 자연
화 - 도종환 - 화 욕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 던지지 못하고 분을 못 이겨 씩씩거리며 오는데 들국화 한무더기가 발을 붙잡는다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되겠냐고 고난을 참는 것보다 노여움을 참는 게 더 힘든 거라고 은행잎들이 놀란 얼굴로 내려오며 앞을 막는다 욕망을 다스리는 일보다 화를 다스리는 게 더 힘든 거라고 저녁 종소리까지 어떻게 알고 달려오고 낮달이 근심 어린 낯빛으로 가까이 온다 우리도 네 편이라고 지는 게 아니라고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 정호승 -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꽃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놓아라 - 나태주 - 놓아라 우선 네 손에 쥐고 있는 것부터 놓아라 네가 보고 있는 것을 놓고 네가 듣고 있는 것을 놓아라 내친김에 네가 생각하는 것을 놓아라 무엇보다도 네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놓아라 그 위에 너 자신을 놓아라 비로소 편안해 질 것이다.
귀 - 콕트 - 귀 내 귀는 소라 껍질 바다 소리 그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