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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호, 뒤척인다
[이명덕]
햇살이 먼저 알았을까
부지런히 나뭇잎을 물들이는 동안
숲속 소문난 바람이
허리춤에 손 얹고가
만가만 눈독을 들인다
한 치 건너 은빛 강물 하나가
허공에 반짝, 제 몸을 연다
여자가 알았을까
눈 붉어진 가랑잎 하나
미끄러지듯 사뿐 몸을 날린다
강물 자지러지게 가랑잎 끌어안는 동안
가을 햇살을 울멍울멍
분주히 또 하나의 너뭇잎에 가을볕 묻혀놓고
바람은 이리저리 뒤채며
소양호를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