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나무가 부르는 슬픈 노래 [권오삼] 아이구 못 살겠네 성미 급한 사람들 땜에 빨리빨리 도토리를 떨어뜨리지 않았다간 골병 들어 죽겠네 너도나도 커다란 돌덩이로 내 몸뚱이릏 마구 두들겨 대서. 떨어뜨리세 떨어뜨리세 얼른얼른 떨어뜨리세 저 욕심쟁이들 머리 위로 내 작고 귀여운 열매 어서어서 떨어뜨리세 눈물처럼 똑, 똑, 똑. 똑, 똑, 똑 . . . 떨어지는 도토리나무의 눈물 * 권오삼 ( 1943년~) 아동문학가 "느티나무 할아버지한테 대면/ 나는 갓 태어난 아기/ 느티나무 할아버지는/ 그냥 나무가 아니라 몇 백 년이나/ 묵묵히 이 마을을 지키는/ 신령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어떤 시인에게 몇 백 년 묵은 나무는 단순히 나무가 아니다. 그에게 오래된 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
초록바다 [박경종]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람 하늘빛 물이 들지요. 어여쁜 초록빛 손이 되지요. 초록빛 여울물에 두 발을 담그면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우리 순이 손처럼 간지럼 줘요. 바다에 빠진 몸과 마음, 온통 초록빛으로 * 박경종 ( 1916년 ~ 2006년) 아동문학가 는 인생의 반 너머를 실향민으로 살았던 박경종이 고향인 함경남도 홍원 앞바다를 떠올리면 쓴 동시다. 이 시의 근저에는 떠나와 잃어버린 고향에의 애틋함과 서러움이 녹아 있다. 무엇보다도 는 초록빛 향연을 펼쳐 보이는 동시다. 넓은 초지와 엽록소를 가진 식물의 어린잎들과 플랑크톤과 녹조를 품은 바닷물은 다 초록빛이다. 이 초록은 무상 (無償)으로 주어진 것, 그리고 질 (質)이며 양(量)인 ..
흔들리는 마음 [임길택] 공부를 않고 놀기만 하낟고 아버지한테 매를 맞았다. 잠을 자려는데 아버지가 슬그머니 문을 렬고 들오왔다 자는 척 눈ㅇ르 감고 있으니 아버지가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미워서 말도 안 하려고 했는데 맘이 자꾸만 흔들렸다. 아버지 매에 스며있는 '눈물' * 임길택 ( 1952년 ~ 1997년) 시인 아이를 때리는 일보다 더 마음 아픈 일이 또 있을까. 아이에게 매를 대는 순간 후회는 이미 부모의 몫이다. 이 시의 아버지 마음도 그러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아이가 공부를 하지않고 놀기만 한다고 매를 댔다. 매 맞은 아이는 아마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을 것이다. 흐르는 눈물을 주먹으로 훔쳐내다가 눈가를 벌겋게 만들기도 했을 것이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아이는 잠을 청한..
별 [공재동] 즐거운 날 밤에는 한 개도 없더니 한 개도 없더니 마음 슬픈 밤에는 하늘 가득 별이다. 수만 개일까. 수십만 갤까. 울고 싶은 밤에는 가슴에도 병이다. 온 세상이 별이다. 슬픈 사람에게 별은 친구이자 애인 * 공재동 ((1949년 ~) 시인 별을 노래한 시들은 지천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이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하나라고 쓴 것은 윤동주다. 시인들에게 별은 몸을 고되게 부려야 하는 지상의 삶과 멀리 떨어진, 혹은 그 너머에 있는 초월적 실재에 대한 표상이다. 하늘은 벼락과 비를 관장하는 주신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 하늘과 별은 외경신을 자극한다. 우주의 둥근 천장, 그 궁륭의 별들이 땅의 운명을 계시한다는 믿음은 오래되었다 .의 천문지에도 '하늘이 징후를 나타내어 길흉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