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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과일이 익을 때까지 - 도종환 - 하나의 과일이 익을 때까지 하나의 과일이 익을 때까지우리는 오랜 날 당신을 기다립니다빗줄기가 우리의 온몸을 흔드는 밤이면우리는 그 빗발이 다할 때까지당신을 생각하며 비를 맞습니다소소리바람이 몇 달을 두고우리의 가지를 꺾으려 할 때우리는 그 바람 속에서바람이 다하는 날 새로이 오실당신의 모습을 생각하며바람 앞에 온몸을 세워놓습니다.때로 우리의 살을 깎는 것들이 끝없이 달려오고때로 우리가 한없이 버림받으며 있어도하나의 과일이 익을 때까지우리는 오랜 날 당신으로 이겨냅니다어둡고 지리한 구름이 끝없이 머리를 덮고뜨거운 화살들 껍질마다 꽂히고새벽이 가장 가까워오는 시간마다몸서리치며 빼앗겨야 하는 내 몸속의 얼마 남지 않은 따스함마저 잃었을 때도우리는..
현대시 - 애송 시
2024. 8. 1.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