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한하운] 가갸 거겨 교교 구규 그기 가. 라랴 러려 로료 루류 르리 라. 소록도 가는 길 . . . 개구리 讀經 소리 가득하구나 * 한하운 ( 1919년 ~1975년) 시인 한하운은 함경남도 함주 태생으로 본명은 태영(泰永) 이다. 한때 경기도청의 공무원이었는데, 한센병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가 요양하다가 1948년에 남쪽으로 내려 왔다. 1949년에 첫 시집 (1949. 정음사)를 냈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 ./ (. . . )/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가도 천리 먼 전라도길." () '문둥병"이라는 천형의 병고를 지고 걷는 인생길은 팍팍..
나무 속의 자동차 [오규원] 뿌리에서 나뭇잎까지 밤낮없이 물을 공급하는 나무 나무 속의 작고작은 식수 공급차들 뿌리 끝에서 지하수를 퍼 올려 물탱크 가득 채우고 뿌리로 줄기로 마지막 잎까지 꼬리를 물고 달리고 있는 나무 속의 그 작고작은 식수 공급차들 그 작은 차 한 대의 물탱크 속에는 몇 방울의 물 몇 방을의 물이 실려 있을까 실려서 출렁거리며 가고 있을까 그 작은 식수 공급차를 기다리며 가지와 잎들이 들고 있는 물통은 또 얼마만할까 물을 기다리는 가지와 잎 . . .나무는 '작은 우주' * 오규원 ( 1941년~ 2007년) 시인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 본다" 생전에도 폐기종으로 고통받았던 한 시인은 오랫동안 공기 좋은 경기도 양평군 서종..
산 너머 저쪽 [이문구] 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싸움도 아픔도 왕따도 없는 곳 . . . 그곳에 가고 싶다 * 이문구 (1941년 ~2003년) 소설가 . 출판편집인 이문구는 본디 소설가다. 호는 명천 (鳴川)이다. 오래 묵은 농경유림 (農耕儒林)의 삶과 해체 위기에 놓인 농촌 현실을 걸쭉한 충청도 토박이말로 풀어낸 과 연작소설을 읽으며 감동에 젖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한국놈덜은 지겟다리 자손두 동네 이장만 되면 금방 내 관청 편이 된다는 거"와 같은 충청도 사투리에 담긴 풍자는 통렬하다. 위암으로 투병하다가 62세로 세상을 뜨며, "한 세상 고맙게 잘 살다 여한 없이 가니 내 죽거든 화장해 뿌려 아무 흔적..
꽃씨와 도둑 [피천득]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가진 건 꽃과 책뿐. . .도둑이 깜짝 놀랐네 * 피천득 ( 1910년 ~2007년) 작가 이 시의 화자는 도둑이다. 도둑이란 초대받지 못한 자다.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방문은 그의 몫이다. 이 시의 화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가 방문한 집에는 훔칠 게 없다. 마당엔 꽃이 만발하고 방안엔 책이 가득하다. 그리곤 그만이다 ! 어쩌겠는가. 가을에 다시 와서 꽃씨나 가져갈밖에. 이시의 저자 금아 피천득 선생은 1910년 5월에 태어나 2007년 5월에 세상을 뜨기까지 우리와 함께 했다. 이 기간에 그는 수필 의 저자로 , 또 셰익스피어 소네트 번역자로 그리고 아름다운 서정시를 생산해낸 시인으로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