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 로제티 - 생일 나의 마음은, 싱싱한 어린 나뭇가지에 웅크리고 앉아서 노래하는 새. 나의 마음은, 가지가 축 늘어지도록 실팍한 열매를 단 능금 나무. 나의 마음은, 동짓달 잔잔한 바다에 물장난 하는 무지개 빛 조개. 나의 마음은, 그런 것을 초월해서 기쁘답니다. 왜냐구요. 사람 그리워하는 걸 배웠으니까요. 나를 위해 마련하셔요, 비단과 융으로 된 작은 단 을 그걸 꾸며주셔요, 문장을 빨간 색으로 물들인 천 을 거기에 조각을 해주세요, 비둘기 무늬를 석류 무늬를 실눈을 하고 잇는 공작 무늬를 거기에 자개를 박아 주세요 금은 포도의 무늬를 잎을 새긴 은빛 백합을. 왜냐구요, 내 생명 생일날이 왔는걸요 사람 그리워 하는 걸 배웠으니까요.
니체를 읽는 밤 - 박노해 - 니체를 읽는 밤 산마을 테라스에 앉아 한 달째 니체를 읽는 밤 눈이 내린다 난롯불에도 하얀 입김이 어리고 아른거리는 검은 활자들 사이로 니체가 쿨럭이며 걸어온다 그 찬란한 초인의 노래 속에서 흐느낌과 아우성이 울려오고 그 웅혼한 정열의 광채 뒤에서 귀족의 검은 뒷모습이 일렁이는데 어떻게 니체를 좋아할 수 있을까 나는 민중의 주먹을 치켜들었다 번쩍 마주친 그의 눈동자, 니체는 이미 병들고 미쳐 있었다 어떻게 니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가만히 그를 껴안았다 아침 눈길을 걸으며 생각하느니 그들보다 더 ' 시대의 높이 ' 에 올라서야만 그들이 채운 사슬이 녹아내릴 거라고 그들보다 더 '영원의 시간'에 이어져야만 그들의 빛에 눈먼 눈들이 밝아올 거라고